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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칠곡신문방송 스마트칠곡 2011년 12월 02일(금). 사진을 클릭하시면 이동,순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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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벚꽃이 만개한 벚나무 밑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다 우연찮게 비석처럼 생긴 드러누운 바위를 발견했다. 그 모양이 하도 이상해서 곁에 있는 나뭇가지와 돌을 치우면서 살펴보니 일제시대에 일본 황기(皇紀)가 새겨진 비석이었다. 비석의 반쯤은 산쪽에 깊이 묻혀서 글자를 읽을 수 없었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 비석임은 분명했다. 그 비석에는 '皇紀 二千六百年(황기 2600년) 架山小學校(가산소학교· 아래사진)'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비석은 가산초등학교(칠곡군 가산면 천평리 소재)의 오랜 역사를 알려주고 있지만 이 산허리에 팽개칠 정도의 비석이라면,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후 2009년 가을쯤 가산초교 총동창회 체육대회 전날 포크레인을 동원, 교내로 옮겼다. 그런데 그 비석을 옮기고 나서 옆면에 새겨진 한자를 보니 놀랍게도 '八宏一宇(팔굉일우· 위사진)'라는 한자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주위에 한문이 뛰어나신 분께 그 뜻을 물어보니 일본이 조선인들을 확실히 장악하려는 의도가 담긴 치욕스런 비석임을 알게 됐다. 즉, 이 비석 건립시기는 황기 2600년(서기 1940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황국신민화 및 민족말살, 동화를 위해 조선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황국신민화의 수단으로 비석을 세우고 여기에 아침마다 학생들에게 일왕에 대한 맹세를 강요했던 것이었다. 또한 글자 '八紘一宇(팔굉일우)'는 '전 세계는 하나의 집'이라는 뜻이다. 곧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세계의 패권을 쥐겠다는 일본 제국주의 논리의 핵심적 사상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뜻을 알고 섬뜩했다. '이 조그만 비석에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 민중이 겪었던 치욕의 역사와 일본 군국주의의 무서운 역사가 숨어있다니….'불현듯 70여 년전 가산소학교(1935년 7월 가산공립보통학교 설립개교) 교정에 이 비석을 세우고 사쿠라가 만발한 봄날에 이 비석을 향해 일왕께 조선 학생들이 황국신민의 서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몸서리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비석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후 칠곡문화원 우태주 이사에게 우연찮게 이야기했다. 나는 생각한다. 치욕의 역사는 좋음과 좋지 않음(好不好)을 떠나서 우리의 역사이다. 병자호란 이후 세워진 삼전도비나 백제를 멸하고 당나라 소정방이 세운 정림사지석탑과 다르지 않은 유물인 셈이다. 가산초교의 '八宏一宇(팔굉일우)' 비석도 그런 의미에서 잘 보존했으면 한다. 지금도 세계는 정치·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문화적 차원에서 바라볼 때도 제국주의적 패권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우리 세대도 조상들이 겪은 치욕의 역사를 망각하지 말고, 현대적 의미로 재조명하는 것이 역사의 진정한 개척자의 삶이리라. 역사는 끊임 없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 속에 미래로 흘러가는 교훈을 남기기 때문이다. 글·장재호 가산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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