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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국지사 이순근 선생을 기리며
산천은 인재를 낳고 시대는 인재를 키우나 밟기도 한다. 수난을 알면서도 나를 위해 이기를 펴는 이를 우국지사라 한다. 인천 이씨 공도공파 33세손인 이순근 선생도 우국지사의 한 분이었다. 선생은 1900년 9월 14일 이곳 명관에서 태어나 한학을 공부하다가 서울로 가시어 중동학교를 졸업, 도일하여 와세다대학 정치경제과를 졸업하셨다. 때는 일제가 우리에게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며 발악하던 시절, 선생은 1932년 동지들과 함께 일제에 항거하는 반제운동을 전개하다가 주모자로 검거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만 5년의 옥고를 치르셨으나 시대 탓으로 그 사실마저 오랜 기간 묻혀 있었다. 그러다 2007년 3월에야 정부(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선생의 독립운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선생의 아들 건창은 홀로되어 숙부 양윤 교장의 보살핌으로 성장했지만 많이 배우지 못하였다. 그러나 자녀들만은 온 힘을 쏟아 공부를 시켰으니 그 혈통은 선생의 손자대에 와서 빛나고 있다. 손자 정하는 연세대를 졸업한 도편수인데 진곤을 낳았고 재호는 서울대를 졸업한 의사인데 명곤, 현곤을 낳았다. 손녀 민숙은 동의대를 졸업하고 순흥 안병묵과 혼인하여 지환, 광욱을 낳았다. 건창은 천신만고 끝에 부친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되찾아 평생 응어리진 회환을 푼 감회로, 늙고 병든 몸의 기력이 더 쇠하기 전에 여기 그리운 부친 이순근 선생의 비를 세우다.
2007년 8월 15일 족손 규정(소설가. 전 신라대학교 사범대학장)이 짓고 함안 조명제는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