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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항일투사 기념탑 비문 누가 이 땅 지리산에 사람이 없다 하랴. 누가 하동군 악양 땅에 의인이 없다 하랴. 초토화된 망국의 이 나라, 상투머리는 쇠풀처럼 베어지고, 빼앗긴 들녘에 까마귀 울음만 성성한데, 정녕 우리의 소원은 무엇이어야 하겠느냐.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지고지순한 목숨 더럽힐 수야 있겠느냐. 마침내 의로운 백성들이 일어섰으니 대피리는 서슬 퍼른 죽창이 되었다. 주름진 이마에 분노의 두건을 두르고 부황 든 깃발, 피 묻은 깃발을 펄럭이며 대한독립만세! 결사항전의 징소리가 울렸다. 위로는 푸르디 푸른 하늘을 이고, 아래로는 더 깊이 뿌리를 박으며, 이 나라 금수강산 지리산을 되찾았으니, 누가 이 땅에 의로운 사람이 없다 하랴, 바로 이 자리에 그 정신의 골격을 세운다. 2008년 광복 63주년 9월 6일 글 : 시인 이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