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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명비 14기 김계순
백합 동산에 새겨진 장한 이름들
열여섯 꽃봉오리 나라위해 목숨 바친 이름들
계급도 군번도 없는 그 이름들
다친 국군 간호하고 이북 동포 이로하며
백두산 정상에 태극기 꽂으려
압록강 초산까지 달려갔다
중공군 총탄 피해 후퇴할때
눈보라 속 낯선 산천 밤새 걸어도
날이 새면 제자리 또 그자리
한 달 넘게 죽을 힘으로 도착한 집
엄마 엄마 불러도 열리지 않는 문
죽은 혼이 부른다고 헛소리가 들린다고
머리카락 올마다 전장의 상흔 흐르고
얼음 꽃 물들어 손톱 발톱 빠지고
진액 빠진 몸 설 수도 없이 허물은 수없이 벗었다
오늘 백합모교에 아로새긴 ㅇ름들이여
돌아오지 못한 친구 이름 몫까지
억만송이 향기 속에 길이 빛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