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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의 끝은 강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행복한 결말에 사로잡혀왔다. 그것은 대부분의 드라마가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적 편중 을 하나의 축으로 하 고, 즉발적 쾌락과 위무를 욕망하는 독자의 바람을 또 다른 축으로 하 는 포박에서부터 연유한다. 하지만 이러한 두 가지 축은 소비 주체인 독 자의 드라마에 대 한 무지라기보다는 생산 주체인 저자의 독자에 대한 무지 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일 공산이 크다. 그것은 드라마의 역사가 다다르 고 있는 현재에 대한 객관적 투영이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자’의 총합에 대한 주관적 굴절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면 텔레비전이 대중적 매체이고, 특정할 수 없는 보편적 대중을 두루 아울러야 하며, 대중의 표본 의 대 개 우월보다 열등의 저변으로부터 산출되므로, 드라마는 미학과 예술로서 의 가 치보다는 소일과 오락으로서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왜곡된 사 고의 흐 름이 배태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드라마가 선호해온 행복한 결말을 언뜻 그대로 답습하 는 것 같지만 그 나름의 창조적 변주를 통해 의무적 장면(obligatory scene)으 로 부터 탈주를 시도한다. 의무적 장면은 “주인공이 새로운 삶을 제시하기도 하고 , 그것 이 공동의 선 을 지향하는 삶이 되기 위해서 수행해야 할 구체적 방법을 작가 가 일러주는 단계”로서 전통적인 드라마 플롯에 비추어보면 주로 하강과 대단 원을 지칭한다. 이러한 장면은 19세기 ‘잘 짜여진 극’의 필수적 단계였 고 , 동 일한 역사적 계보 위에 서 있는 현대의 수많은 멜로 드라마가 역시 거 의 빠 짐 없이 삽입해왔다. 대개의 멜로드라마는 행복한 결말로 통칭되는 시 적 정 의의 실현을 통해 더 이상 해석의 여지를 부여하지 않는 폐쇄 구조의 형태를 띤다. 아동을 위한 동화 대부분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종결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멜로드라마 역시 등장인물이 온갖 시련을 거쳐 다시금 최초의 평온한-혹은 그보다 더 나은-상태로 회복되었음을 보여주며 막을 내리는 것이 예사이다. 도식하자면 그것은 등장인물이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관 통하는 가운데 인위적 안정-불안정-안정의 상태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사랑을 모티브로 하는 멜로드라마에서 그러한 자리 이동은 최종적으로 두 가지 의 형태를 띤다. 바로 주인공의 상승과 적대인물의 하강이다. 드라마의 주된 운동 방향이 사랑의 성취일 경우 주로 주인공이 현재의 상황보다 더 나 은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