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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려다 보고있다.
-조선갑오동학농민전쟁 선산읍성전투에 부쳐-
갑오년 11월 한밤중
드넓은 선산들판이 숨을 죽이고 있다
향교 뒤 비봉산 부엉이도
충신이 돌아가시자 붉은 물이 흘려내렸다는 단계천도
숨죽인 칠흑같은 어둠뿐
이따금 거친 사내들의 가쁜 숨소리만
낙남루 앞 앙상한 느티나무 잔가지를 매섭게 긁고 지나갔다
북방의 기러기조차 말없이 남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선산 읍성 갑오 농민군
일찍부터 선산은 절조의 고장
더 이상 낫 놓고 기역자 모르던 무지랭이가 아니다
반외세, 보국안민을 외치든
보름 전 있었던 우금치 전투의 처참한 패배를
여기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이 땅의 오랜 주인
민중의 아버지와 아들들
선산, 무을, 옥성, 낙동. 도개, 해평, 산동, 고아, 구미의
갑오농민군 5백을 규합해
우두머리는 선산출신 한문출 총지휘로
일본 침략군의 주둔지가 된 선산읍성 점령에 나섰다
헐벗은 처자식의 애원과 눈물이
11월의 마른 풀들이
질긴 철사줄처럼 농민군의 발을 묶어도
이제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인간의 바른길을 걸어 가야 한다
인간의 바른길을 가는 사람들
하늘이 내려다 보고 있다.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김용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