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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배·보상은 이미 2010년 1기 진화위가 정부에 권고했지만 정부 가 10년 넘게 지키지 않았다. 특히 민간인 학살의 경우 2012년 울산보도연맹 피해자들이 '유족에게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를 이유로 배상을 거절하는 건 부당 하다'는 판결을 받은 이후 국가의 피해 보상 책임이 제대로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 나 그땐 이미 사건발생으로부터 60년, 진화위 진실 규명 결정으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 렀다. 사법부는 소멸시효를 이유로 패소 판결을 계속 선고해왔다. 진실규명을 받았음에도 권리 구제를 받지 못했다. 현재 전체 민간인 희생 사건의 28% 정도만 피해 보상을 받았 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사례가 72%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에 나서지 않고, 입법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개별 소송은 한계가 명확하다. 재판부에 따라,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판단 기준이 들쭉날쭉하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피해 입증에 성공한 사람과 그렇 지 못한 사람, 한국 공권력에 피해를 입은 사람과 미군 등에 피해를 입은 사람 등 피해 구제에도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추후 어떤 판결이 위헌 결정을 받아도 소급적용 되지 않아 구제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넓다. 무엇보다 책임 부담이 피해자에게 전가된다. 피해자 중엔 지식이 짧고, 경제적으로 어렵 고, 고령도 많다. 변호사 선임 자체가 어렵다. 피해자에게 또 다시 피해 구제를 받기 위 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게 하는 건 또 다른 고통을 가하는 일이다. 1기 진화위 규명 사건 중 피해자 배·보상 소송 비용만 80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유족·피해자의 고 통을 줄이면서 불균형, 소멸시효 등을 해결하려면 입법적 해결이 불가피하다." 이런 불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어떤 게 있나. "공권력이 아니라 미군과 적대세력(인민군 등)의 피해자들은 1기 진화위가 진실규명을 했 음에도 '한국 정부 책임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피해 구제를 못 받는다. 현재까지 적대 세 력 관련 소송 총 12건, 미군 관련 사건 소송 총 23건 모두 피해자가 패소했다. 전남 완 도군은 625명의 피해 진실이 규명됐지만 배상 소송을 넣은 206명 외 419명은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했다. 1기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 후 자연스레 배상이 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소송을 하지 않은 유족이 많다. 군 단위 진실규명 사례를 분석해 보면 30% 정도만 피해 구제를 받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