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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구조 드라마의 ‘처음’, 갈등이 불거지는 지 금/여기 우리나라 드라마는 정통 시학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텍스트가 매우 성기 게 구 성되어 있다는 비판에 자주 직면한다. 연속물로서 드라마가 불안정-안정 -불안 정의 틀을 취하는 것 이 매체의 특성에 따른 서사 전략이라면, 그것의 총합이 구성되는 안정-불안정-안정의 틀은 극예술이라는 장르의 전통에서 작동하 는 것 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로서 가해지는 비판은 드라마가 극예술로서 요 구되는 미적 성취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마가 이러한 비판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이유는 전체로서의 훼손 때문이 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 행동의 모방이라는 맥락에서 극적인 것 을 구성 하는 ‘전체(whole)’에 대한 오독에서 비롯된다. 드라마는 유독 생애 전체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특히 역사를 소재로 한 미 니시리즈나 연속극은 거의 예외 없이 등장인물의 일대기적 구성을 마치 하나 의 표준으로 상정하고 있는 듯하다. 등장인물의 출생과 성장, 고난과 수행 , 변신 과 귀환은 영웅 서사의 오래된 전형적 얼개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 의 얼 개가 극적인 것이라고 믿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것 은 본원 적 의미에서 ‘극으로서의 전체(the whole as a drama)’를 직조하는 플롯 에 대 한 무지와 다름없다. 여전히 우리나라 드라마는 많 은 경우 인간 행동의 전체라는 핵심을 놓 치고 인간의 물리적 생애 전체에 집착함으로써 극적 오류를 반복해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가 연극 및 영화에 비해 독자를 특정하기 힘든 무작위 대중을 대상 으로 하기 때문에 극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가장 간단하고 쉬운 일대기 중심 의 순행적 구성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변호가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 역 시 현재의 드라마에 유독 빈번하게 나타나는 균열을 합리화시키지는 못 한다. 긴장과 갈등이 본격적으로 외화되는 시점을 지금/여기의 처음으로 삼는다. 그 것은 한 인간의 생애 전체 가운데 처음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단일한 행동 (one action and that a whole)의 처음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해 서 그때/거기를 아예 삭제하고 지금/여기로부터의 선형적인 것을 고집하 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