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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혼탑
파수병처럼 멀리로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이 탑신을 쳐다보면서 그대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불의와 무도를 꾸짖듯 우람히 산턱을 딛고 서 있는 이 거인상 밑에서 그대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한 번인들 오늘 햇빛같이 밝은 자유속에서 베개를 돋우고 잘 수 있는 근원이 어디에 있는 것임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으며, 눈부신 국제무대에서 선진조국의 위용을 빛내고 있는 실력이 어디서 왔던 것임을 돌이켜 본 적이 있었던가.
아! 아! 회상만 하여도 몸서리쳐지는 저 1950년의 한국전쟁 조국과 민족을 배반한 공산도배들이 남한땅을 한입에 다 삼킬 뻔했던 일보직전에서 만일에 우리의 충용한 장병들이 낙동강을 막아 반격으로써 승리를 거두지 않았더라면 오늘 우리가 이 같은 안정속에서 삶을 누려갈 수 있었겠는가.
건국이후 내 몸의 편안보다 나라운명을 먼저 걱정해 몸소 목숨을 불살라 정의와 순국의 화산이 되어 있는 이 부산출신 육·해·공군, 경찰, 전몰용사들을 모신 충혼탑 아래서 우리는 모름지기 옷깃을 가다듬고 호국영령들에 대한 보은과 함께 다시는 이 땅에 있어서는 안될 동족상잔의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숙원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지금 우리 시민이 수행해야 할 국민적 임무가 무엇인가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1983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