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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6 - 것입니다. 어쩌면 최선을 다해도 현상유지가 우리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국제적 환경이 어지러운 지금, 우리에게는 새롭고 담대한 비전이 필요합니다.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산업들은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이고, 인구 5천만의 내수시장은 새로운 기업들 이 글로벌 도약을 꿈꾸기에는 너무 작습니다. 북방으로 가는 길을 과감히 개척해야 합니다. 남북이 협력하며 공존 번영하고 대륙으로 삶의 지평을 넓혀야 합니다. 동북 3성, 연해주까지 일일생활권,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사람과 물자가 자유로이 오가는 열린 동북 아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구 2억 플러스의 내수시장을 개척하고 역내의 노동과 자본과 자원이 하 나가 되는 새로운 시대를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북방경제와 평화경제, 그리고 대륙과 해양을 잇는 가교국가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미래 비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유럽으로 가는 실크로드, 시베리아 철도는 모두 북녘의 땅을 지나야 합니다.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경쟁력, 새로운 투자처, 새로운 자원, 새로운 인프라 건설 그리고 새로운 평화와 번영, 이 모든 과제가 한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숨가쁘게 뛰어온 대한민국, 또 한 번의 도약은 평화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멈춰선 남북열차 3년 전 봄날, 우리는 그 도약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초유의 4.27 판문점 정상회담과 도보 다리에서의 진솔한 대화, 이웃집 마실 가듯 쉽게 만나 신뢰를 다졌던 5.26 2차 정상회담, 그리고 깊은 감동을 주었던 9.19 평양 선언과 5.1 경기장 연설, 두 정상의 결단은 남달랐고 우리는 떨리는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싱가폴 합의는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고 금방이라도 만져질 듯했던 하노이 회담은 우리를 설레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꿈을 실은 열차는 하노이에서 멈춰섰습니다. 중대한 역사적 장면에서 중국 국적 항공기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56시간 기차를 타고 달려갔던 김 정은 위원장은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프고 답답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날 선 말들이 오가고 한반도는 격랑 속에 길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반복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