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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실 향 민 의 삶 속초를 비롯한 38이북 강원도는 분단의 상처가 깊은 곳이다. 실향민의 도시라는 속초에는 월남 실향민 말고도 분단의 상처 를 안고 유령같이 살아온 ‘또 다른 이산가족’이 있다. 속초는 38 선 이북지역으로 한국전쟁 중에 북한 치하에 있다가 전쟁을 피 해 북으로 피난 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복 이후 그들이 떠난 속초의 빈자리에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들어와 정착했 다.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과는 또 다르게 북으로 가족을 보낸 이들은 살벌한 남북 대치의 상황에서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왔다. 속초는 고향이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 는 이들과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분단의 교차 공간이었다. 휴전 후 속초에서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극작가 이반(본명 이명수)과 시인 이성선은 평생을 친구로 지낸 사이였다. 이반 15 또 다른 이산가족, 북에 가족을 보낸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