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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기] 그리움이고사람이었다 이은비 “VOU, 여기는정성을다하는여러분의대학의방송입니다.” 이 스물몇 자밖에 안되는 글자를 제대로 말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어려운 일 같 았던 그때, VOU는 내게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었다. 십여 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눈 을감으면장면하나하나물흐르듯떠오른다. 학교를상징하는화려한분수대옆으로 이어지는 뭔가 어울리지 않게 과거로 돌아간 느낌의 돌계단들, 그리고 그보다 더 예스 러운, 당시 내 나이로는 뭐라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낯설었던 방송국 건물. 그곳에 서 그리 많은 희로애락의 시간을 보낼 줄은 그땐 몰랐다. 아마 송국인 그 누구도 예상 하지못했을것이다. 그런데이상하게이런느낌은있었다. 이인연질기겠구나, 오래가겠구나. 처음 방송국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세상에나 아주 과장하자면 온 세상 LP판을 다 모아놓은 것 같은 거다. 태어나 그렇게 많은 LP판은 처음 보기에 아주 과장도 아니었 다. 그 많은 LP판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는데 수습 시절부터 밤새 LP판을 돌려놓고 무엇이든했으니그기분또한과장이아닐것이다. 지금도 가장 그리운 시간을 꼽으라면 그때이기에 첫 느낌 속 인연이 인연은 맞았 나보다. LP판특유의그튀는소리가그어떤음악보다도진했다. 아마도사람의향기 가 더해져서 그랬을 것이다. 내가‘송국인’이라고 부르는 우리 동기들, 언니, 형들. 생 기별 Essay |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