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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 - 이처럼, 진실을 규명하고자 설치한 국가기구가 자신이 정작 지켜야할 시행령마저 스스로 위반하고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는 유족들과 관련 단체를 무시하고 진실규명 에 대한 의지가 빈약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진실화해위원회는 내부적인 사항을 전혀 알 수 없는 비밀의 철옹성 같은 조직이 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무슨 일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 도무지 오리무 중에 있다. 상임위원회의에 방청을 허용해 놓고는 막상 중요한 내용들은 비공개로 전환 하여 방청인들을 퇴장시키고 들러리 역할만 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에 유족들과 관련단체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사무처장은 조직 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성원이다. 시행령에는 진실화해위원장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있 다. 지금도 사무처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고위직과 5급~7급 별정직 공무원은 임명이 되었으나 가장 중요한 사무처장이 아직도 임명이 되지 않고 있으니 우리는 그 영문을 모 르겠다. 이런 몇 가지 사항만 보더라도 진실화해위원회가 무기력에 빠져있는 농땡이 조직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조직의 특성상 파견공무원들은 임무를 마치면 소속기관으로 복구하면 그 만이고 별정직 공무원은 조사기간이 종료되면 보따리를 싸면 그만이다. 제대로 된 조사 를 실시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족들과 피해단체들만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 다본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유족들과 피해관련단체들은 이런 진실화해위원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것이 물 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우리는 항상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배를 탔다 고 여겼으며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위원장과 여·야 추천 상근 상임위원들을 면담할 때 마다 약속했다. 그러나 그것은 허공 속의 메아리에 불과했으며 면종복배(面從腹背)로 우 리를 배신하고 있다. 이제 위원장부터 나서서 진실하게 위원회의 입장을 밝혀야만 된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대응은 진실화해위원회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국의 많은 미신청 유족들이 진화화해의 실상을 보고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족회가 요청하였던 신청 홍보TV방송과 언론보도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