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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디나 흔히 피고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옛날에는 양반집 뜰에만 피는 꽃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 이라 했는데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이 꽃에 전해 내려오는 애틋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옛날에 복숭아 빛 같은 뺨의 얼굴에 아름다운 모습을 한 ‘소화’라는 예쁜 궁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올라 궁궐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그 이후로는 임금님이 ‘소화’를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궁녀들 같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찾아오게 하였겠지만 마음씨가 착한 ‘소화’는 그러지를 못하고 궁궐의 가장 깊은 곳에 밀려 찾아오기만 기다렸던 것입니다. 혹시나 임금님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못 보는 게 아닌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만 나도 문을 열어보고 그림자라도 비치면 담장 너머를 쳐다보며 안타까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불행한 여인 ‘소화’는 결국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리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장례도 치루지 않은 채 궁궐의 담장 가에 묻었다고 합니다.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한 것입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묘 옆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그리고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복숭아 빛 같은 꽃이 피였으니 그 꽃이 바로 능소화 라고 합니다.’
슬픈 이야기 이지만 안재홍 선생은 태어나고 살면서 늘 고독하게 보내던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현실이 이 능소화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인지 안재홍은 선생은 능소화를 좋아 하셨다고 합니다. 출처 : 평택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