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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2024년 6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주린 백성이 많았다. 보리는 소화 가 잘 안돼 ‘보리방귀’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보리방귀를 연신 뀔 정 도로 보리를 배불리 먹어보는 것 이 소원이기도 했다. “다북쑥을 캐네 / 다북쑥을 캐 네 / 다북쑥이 아니라 새발쑥이네 / 양떼처럼 떼를 지어 저 산등성 이를 넘어가네 / 푸른 치마 붉은 머리 허리 굽혀 쑥을 캐네 / 다북 쑥을 캐어 무얼 하나 눈물만 쏟아 지네.” 다산 정약용이 굶주림을 견 디다 못해 쑥을 캐어 죽을 쑤어 먹 는 백성들을 보고 쓴 “다북쑥”이 란 시다. 죽도 곡식과 함께 쑤어야 죽다운 맛이 나는데 쑥만으로 죽 을 쑤었으니 그거야 마지못해서 허기만 때우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러나 쑥이나 나물을 먹으면 그 나마 다행이다. 조선시대 대부분 가난한 백성은 이렇게 가뭄과 큰 비로 흉년이 들면 먹을 것이 없어 흙까지 먹을 정도였다. 지금도 어려운 이웃 없는지 살펴 봐야 그러던 것이 70년대 후반기부 터 정부의 쌀 증산정책에 따라 쌀 의 자급도가 높아지고 급격한 산 업화로 경제사정이 좀 나아짐에 2000년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2011년 한국문화사랑협회를 설립하여 한국문화 를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2015년 한국문화를 특화한 국내 유일의 한국문화 전문 지 인터넷신문 《우리문화신문》을 창간하여 발행인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 으로는 《맛깔스런 우리문화속풀이 31가지》, 《하루하루가 잔치로세(2011년 문화 관광부 우수도서)》, 《나눔을 실천한 한국의 명문종가》,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등이 있다. 필자 김영조 따라 보리의 푸대접은 시 작되었다. 그 뒤 보리밥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 흰 쌀밥에 명절 때나 맛보았 던 기름진 고 기를 날마다 즐겨 먹다 보니 이제는 배가 나오 고 다이어트에 혈안이 된 시대가 되었다. 6월 5일은 24절기 가운데 아홉 째 망종이다. ‘망종(芒種)’이란 수 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을 거두 거나 씨를 뿌릴 적당한 때임을 말 한다.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 요.”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종 무 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느 라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래서 이 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때다. 그와 더불어 배부른 세월이 되었 다고 해도 보릿고개를 잊으면 안 된다. 조선시대 헐벗음에 죽어가 던 백성들, 아니 들판에 나가 삐비 (‘삘기’의 전라도 사투리)라도 뽑 아 먹어야 했던 시절이 우리에게 는 있었다. 어쩌면 그때만큼은 아 니지만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한 끼를 걱정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 가는 이웃이 있을지 모른다. 그 옛 날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며 어 려운 이웃을 살피는 풋풋한 정이 야말로 진정한 보릿고개를 넘는 일이 아닐까? 청보리밭(그림 이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