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遺詩(유시) 絶命詩(절명시) - 벽산 김도현(碧山 金道鉉)
我生五百末(아생오백말) 조선 오백년 마지막에 태어나
赤血滿空腸(적혈만공장) 붉고 붉은 의분의 피 가슴에 가득하다.
中間十九歲(중간십구세) 국모가 시해되고 그 뒤에 십구년간
鬚髮老秋霜(수발노추상) 머리와 수염 늙어 가을서리 다 되었다.
國亡淚末已(국망루말이) 나라 망해 피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親沒心更傷(친몰심경상) 어버이 서거하사 마음 더욱 병들었다.
獨立故山碧(독립고산벽) 내 고장 푸른산에 홀로서서 생각하니
百計無一方(백계무일방) 백가지 계책 중에 내 쓸 방법 하나없다.
萬里欲觀海(만리욕관해) 할 수 없다 넓은 만리 바다를 찾아가자
七日當復陽(칠일당부양) 새 양기 돌아오는 동짓날 초이래에
白白千丈水(백백천장수) 희고도 또 흰 바다 그 깊이 천상이니
足吾一身藏(족오일신장) 이 한 몸 간직하기 넉넉하고 남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