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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24년 6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6월 5일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이 다. ‘망종(芒種)’이란 수염이 있는 까끄라 기 곡식을 거두거나 씨를 뿌릴 적당한 때 임을 말한다.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 에 모를 심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이때 는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때다. 조선시대 굶주림에 죽어가던 백성들, 아니 들판에 나가 삐비(‘삘기’의 전라도 사투리)라도 뽑아 먹어야 했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있 었다. 어쩌면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도 우리 주위에는 한 끼를 걱정하며 힘겨 운 삶을 살아가는 이웃이 있을지 모른다.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며 어려 운 이웃을 살피는 풋풋한 정이야말로 진 정한 보릿고개를 넘는 일일 것이다. 보릿고개에 얽힌 이야기 6월 5일‘망종(芒種)’ 옛날 봄에는 징그러운 ‘보릿고개’ 넘어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 는 지금도 여전히 굶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50~6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며칠씩 굶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그 당시엔 보릿고개라는 말이 언 론에 자주 등장했었다. 지금이야 보리밥을 건강식으로 먹지만 당 시는 보리밥 먹어 방귀가 잦다며 쌀밥을 먹는 게 꿈이었던 아이들 이 있을 정도였다. 보릿고개 때 아 침밥을 먹지 못한 아이가 동네 부 잣집의 술지게미를 얻어먹고 술 에 취해 비틀거리며 학교에 나온 124 2024년 6월 끼니가 없어 흙을 파먹고, 처자식을 버린 조선의 백성들(그림 이무성 작가) 보리방귀 뀌는 것도 소원이었던 보릿고개 시절 과거 봄 춘궁기 ‘보릿고개’ 넘기기 어려워 ‘보릿고개(맥령)’《정조실록》에 나와 지금도 어려운 이웃 살피는 정 필요 글  김영조(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