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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24년 4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우리문화 사랑방 4절기, 선조들의 깊은 철학적 의미 담겨있어 그런데 우리 겨레가 아무런 생 각 없이 살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 에 그 안에는 철학적 깊이가 있었 고, 또 그 속에서 이 시대에도 적 용될 철학적 의미를 찾아내 우리 의 삶 속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24절기 안에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한 속 내가 녹아 있음이다. 예를 들면 입춘(立春)에는 ‘적 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란 풍속 이 있다. 옛사람들은 입춘에 이웃 을 위해 아무도 몰래 좋은 일을 해 야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심판받 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람 이 죽어서 상여 나갈 때 부르는 상 엿소리에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 難功德) 하였는가?”라고 묻는다.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을 지어다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골라놓는다든지, 냇가에 징검다 리를 놓는다는 적선공덕행이다. 그런가 하면 온 세상이 푸르름 으로 가득 차 있는 소만 때는 ‘빛 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따뜻함이 있으면 차가움도 있으며, 가득 차 있으면 빈 곳도 있다.’라고 가르쳐 준다. 특히 이때 온 천지가 푸르름 으로 뒤덮이는 대신 대나무만큼 은 ‘죽추(竹秋)’라 하여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죽추(竹秋)” 란 대나무가 새롭게 생기는 죽순 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느라 푸른 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 것을 가 리킨다. 이는 마치 자기 몸을 돌보 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 들여 키 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또한 겉으로 보기엔 온 세상이 가득 차고 풍족한 것처럼 보이는 소만 때는 보리 베기 직전으로 ‘보 릿고개’가 있는 계절이다. 일제강 점기인 1931년 6월 7일 치 동아 일보에도 ”300여 호 화전민 보리 고개를 못 넘어 죽을지경"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또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보 면 가난한 백성이 양식이 없어 흙 을 파먹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다.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함을 소 만은 엄중히 말하고 있다. ‘보릿 고개’를 한자로 쓴 ‘맥령(麥嶺)’과 더불어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春飢)’, ‘춘기 근(春飢饉)’, ‘춘궁(春窮)’, ‘궁절(窮 보리밭(사진작가 공영춘 제공)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것이 ‘조선의 마음’이다(그 림  오희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