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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돌무덤 앞에서
- 지은이 양영길 / 글쓴이 황요범
한라영산이 푸르게
푸르게 지켜보는 조천읍 북촌 마을
4.3사태 때 군인 한두명 다쳤다고
마을 사람 모두 불러 모아 무차별 난사했던
총부리 서슬이 아직도 남아 있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 너븐 숭이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아직 눈도 떠보지 못한 아기들일까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머니의 한도 함께 묻힌 애기 돌무덤
사람이 죽으면
흙 속에 묻히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눈에는
너무 낯선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목이 메인다
누가 이 주검을 위해
한 줌 흙조차 허락하지 않았을까
누가 이 아기의 무덤이
흙 한 줌 뿌릴 시간 마저 뺏아 갔을까
돌무더기 속에 곱게 삭아 내렸을
그 어린 영혼
구천을 떠도는 어린 영혼 앞에
두 손을 모은다
용서를 빈다
제발 이 살아 있는 우리들을 용서하소서
용서를 빌고
또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