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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 전통혼례와 기러기 121 표주박을 합쳐 신방의 천장에 매달 아 신랑신부의 금슬을 빌었다. 조백바가지라 하여 표주박 한 쌍에 한쪽은 장수와 화목을 상징 하는 목화를, 또 한쪽에는 부를 상 징하는 찹쌀을 가득 담아 딸이 시 집갈 때 가마에 넣어 보내는 풍속 도 있었다. 신랑은 두 번, 신부는 네 번 절하는 것이 여성 비하? 전통혼례를 보면 신랑은 신부 에게 두 번, 신부는 신랑에게 네 번 절을 한다. 이를 두고 가부장 적 여성 비하의식이 들어 있다고 오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그럴까? 원래 음양오행 철학에서 남자 는 양, 여자는 음이라 한다. 그뿐 만 아니라 해 · 뜨거움 · 밝음 따위 는 ‘양’, 달 · 차가움 · 어두움은 ‘음’ 이라 했다. 그래서 더욱더 가부장 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음양 철학을 잘못 안 결과이다. 세상에 달이 없는 해, 차가움이 없는 뜨거 움, 어두움이 없는 밝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더구나 여성이 없는 남성만의 세상은 살만 할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신랑은 신 부가 있어야만 하는 존재다. 다만, 양의 수가 1로 시작되고, 음의 수 가 2로 시작되어 각각 1과 2는 남 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수일뿐이 기에 남성인 신랑은 절을 해도 한 번, 여성인 신부는 두 번을 하는 것이며, 큰일을 치를 때는 곱절로 하기에 신랑은 두 번, 신부는 네 번의 절을 하는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맞절’이란 글 에 서 시인은 “높고 귀한 분에게 혼 자 하는 절은 자신만을 낮추는 일 이지만 맞절은 서로를 높이는 행 위입니다.”라고 말했다. 맞절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마 음으로 예를 갖추어 마주하는 절 을 말한다. 우리의 전통혼례에선 가시버시(부부)가 서로 맞절하는 예가 있는데 그 맞절을 혼례 이후 에도 하는 풍습을 이어가 보는 것 도 좋을 일이다. 맞절은 서로의 사 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데 맞 절하면서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미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혼롓날은 임금이 되고 왕비가 되는 궁중혼례 《의궤(儀軌)》는 조선시대 왕실 반으로 쪼갠 표주박 한 짝에 술을 따라 신랑과 신부가 나눠 마시 는 ‘합근례(合 巹禮)’를 하는 신랑신부(이동식 인문탐험가 제공) 궁중혼례 모습(궁중대례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