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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 이런 몇 가지 사항만 보더라도 진실화해위원회가 무기력에 빠져있는 농땡이 조직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조직의 특성상 파견공무원들은 임무를 마치면 소속기관으로 복구하면 그 만이고 별정직 공무원은 조사기간이 종료되면 보따리를 싸면 그만이다. 제대로 된 조사 를 실시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족들과 피해단체들만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 다본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유족들과 피해관련단체들은 이런 진실화해위원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것이 물 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우리는 항상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배를 탔다 고 여겼으며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위원장과 여·야 추천 상근 상임위원들을 면담할 때 마다 약속했다. 그러나 그것은 허공 속의 메아리에 불과했으며 면종복배(面從腹背)로 우 리를 배신하고 있다. 이제 위원장부터 나서서 진실하 게 위원회의 입장을 밝혀야만 된 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대 응은 진실화해위원회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국의 많은 미신 청 유족들이 진화화해의 실상을 보고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 출하고 있다. 유족회가 요청하였 던 신청 홍보TV방송과 언론보도 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 다.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부여받은 권한만큼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 이러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은 진실화해기본법상 상임위원을 여야가 독점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모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그동안 유족들이 상임위원 여야독점 배분을 반대해왔다. 진실화해위원회 스스로 이러한 구조적 모순과 난제를 극복할 수 없다면, 진실화해위원장 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국회에게 관련 조항 개정을 강력하게 요청해야 할 것이다. 여· 야 상임위원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지혜를 발휘하여 해결하 여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게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