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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만나는 세상 119 BOOKㆍ화제의 책 성균관 유생과 반촌 사람들…‘조선의 대학로’ 안대회 지음, 문학동네 펴냄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을 둘러싼 마을, ‘반촌(泮村)’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탐구서다. 서울 종로구 명륜 동, 혜화동, 대학로 일대의 대학가를 20세기 이전에는 ‘반촌’이라고 불렀다. ‘성균관 마을’이라는 뜻이다. 반촌은 과 거시험 급제를 좇으며 출세를 꿈꾸던 성균관 유생들과 성균관 소속 공노비지만 다양한 상업 활동에 종사하며 유생 들을 뒷바라지한 반인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던 곳이었다. 안대회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는 유생들의 하숙집 과 반인들의 정육점이 공존했던 조선시대의 ‘대학가’인 반촌의 생활상을 20개의 주제로 정리해 40여점의 도판과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유생과 반인의 독특한 관계였다. 유교 질서가 지배하는 조선 사회였지 만, 돈과 권력을 좇는 이들 간에 흥미로운 공존이 이뤄졌던 반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 현대사 2: 분단과 냉전 정용욱 외 16인 지음, 푸른역사 펴냄 ‘오늘의 한국 현대사’는 ‘해전사’와 ‘해공점시’의 주제를 시·공간적으로 확장했다. 우선 1·2권에 수록된 32편의 글 중 8 편이 북한과 만주·중국을 다루면서 공간적으로 범위를 넓혔다. 사회주의 ‘형제국’에 보내진 북한 전쟁고아들의 실상 이나 북한의 ‘자립적 중공업화’를 분석한 글 등이다. 한국 현대사라 하면 흔히 남한의 현대사로 이해한다. 그러나 한국 의 정치적·경제적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선 불가분의 관계인 북한 연구를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북한 연구를 포 함한 한국 현대사 서적의 발간은 의미 있는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창설에 간여한 여운형 그룹의 월북 목적, 그 들의 활동, 이후 행적 등 흥미로운 비화도 등장한다. 연구 대상 시기도 확장했다. 1945년 9월 15일, 즉 미군 상륙 약 일주일 후 집회 허가제를 선포한 사실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자본주의 불평등성의 뿌리를 캐냈다. 중국은 대국인가: 세계와 중국의 800년 역사세계와 중국의 800년 역사 티모시 브룩 지음, 조영헌·설배환·심호성 번역, 마르코폴로 펴냄 중국을 둘러싼 최근의 분석이 주로 지정학과 전략 혹은 경제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반면, 브룩은 그보다 더 오래된 층 위와 더 넓은 지도를 호출한다. 그 지도에는 유라시아, 해상 교역, 전염병, 예술, 문서, 상인, 라마 승려, 포로, 금세공사, 선교사, 사진사, 노역 노동자, 외교관, 난민 등이 등장한다. 그것은 하나의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는 장면이라기보다, 세계가 중국을 조직하는 장면에 가깝다. 이 책은 중국이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만큼이나, 타자가 부여한 범주였으며, 때로는 타자가 필요로 했던 상징 자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이 상호 구성의 역사를 13개의 장면으로 펼쳐 보이며, 이를 통해 하나의 다른 질문을 제기한다. 중국은 언제, 어떻게, 왜 그리고 누구에게 ‘대국’이었는가? 이 책은 결국 현재에 대한 책이며,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제국의 오케스트라 : 베를린 필하모닉 1933∼1945 미샤 애스터 지음·김효진 옮김, 마르코폴로 펴냄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이자 독일의 문화적 자존심인 베를린 필하모닉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흑역사’가 있다. 아돌 프 히틀러와 나치당이 집권한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베를린 필이 순수한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나치 독일의 선전 기구와 다름없던 시기가 바로 그때였던 것이다. 캐나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학 연구자, 공연 연출자인 저자 는 베를린 필의 기밀 문서와 단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베를린 필의 흑역사를 복원한다. 베를린 필이 히틀러의 승인 아 래 공식적인 ‘제국의 오케스트라’가 된 과정, 정권의 특혜를 받으며 전쟁 속에서도 연주를 이어간 단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과 정치, 그중에서도 사악한 정치가 만났을 때의 비극을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아는 안익태 역시 1943년 8월 구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한여름밤의 음악회’ 지휘를 통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데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