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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 전통혼례와 기러기 119 인들도 신이 나서 참여하는 전통 혼례, 그 의미를 한번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시간에 쫓겨 그것도 15분 만에 벼락 치듯 뚝딱 해치우는 서양결 혼식은 어쩌면 새롭게 부부로 출 발하는 당사자들에게 별로 도움 이 되지 못하는 통과의례에 불과 하다는 생각이다. 그저 형식만 보 면 지루할 것 같은 전통혼례는 오 히려 신랑신부에게 정신적 주춧 돌이 되는데도 우리는 이 전통혼 례를 잘 모른다. 다만, 구체적으로 전통혼례의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그저 전통혼례 가운데 몇 가 지는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원앙이 아니라 기러기가 등장하는 까닭 프랑스 귀메박물관에는 “전안 하는 모양”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 보이는 전안례(奠 雁禮)는 한국 전통혼례의 첫 절차 로 신랑이 신붓집에 들어가서 신 부의 혼주에게 기러기를 전하는 의례를 말한다. 그래서 그림에도 목기러기가 상에 놓여 있다. 그런데 전통혼례에서 기러기가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러 기는 봄에 북녘으로 날아갔다가 가을에 다시 찾아오는 곧 음양의 이치를 따르는 철새이다. 동시에 배우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새 인데 한번 정한 배우자는 절대 바 꾸지 않으며 배우자가 먼저 죽더 라도 다른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 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혼례에 아 주 좋은 새라고 보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인들이 금실 좋은 새로 알고 있는 원앙은 전통혼례 에 등장하지 않는다. 지조와 절개 의 상징인 기러기에 원앙이 자리 를 내어 준 것이다. 여기서 덤으로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우리가 흔히 쓰는 “잉꼬부부”에서 잉꼬는 일본 말로 앵무새이므로 부부 금실과 는 아무 관계가 없다. ‘결혼’이라는 말에는 장가간다는 뜻만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신랑 신부가 되는 통과의례를 일컫는 말을 “결혼”이라는 말을 쓰고 있 다. 하지만 이는 신부 쪽에서 써 서는 안 되는 말이다. “결혼(結婚)” 에서 “결(結)”은 맺는다는 뜻이고, “혼(婚)”은 “아내의 친정 살붙이” 파란 눈, 더부룩한 구레나룻을 자랑하는 신랑 친구 4명이 가마꾼이 되어 머리에 초립을  쓰고는 신부를 가마로 모셔온다(이동식 인문탐험가 제공). ‘전안지례(奠雁之禮)’ 때 쓰는 목기러기 (강릉시 오죽헌시립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