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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우리 것들 • 어려운 제사? 알면 쉬운 제사! 117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과 과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 서 울특별시 동산분과 문화재위원이다. 논저로 『코로나 시대, 다시 집을 생각하다』(2021,공저) ; 『대한독립! 그날을 위한 봉오동전투』(2020) ; 『한국의 상례문 화』 (민속원, 2012) ; 「북간도 명동학교 막새기와의 꽃문양에 나타난 민족의식」, 『한국독립운동사연구』 48(2014) 등 다수가 있다. 필자 김시덕 과일 진설법의 근거 《습례국도설 (習禮局圖說》 그런데, 경상북도 경산에 우 거했던 정기연(琢窩, 鄭璣淵, 1877~1952) 선생이 젊은 며느 리와 딸에게 제사 예법을 가르치 고자 습례국(習禮局)이라는 놀이 기구를 만들고, 이 놀이법을 설 명한 책이 《습례국도설(習禮局圖 說》이다. 이 책에 ‘조율시이(棗栗 柿梨)’라는 과일 차리는 법과 과 일의 종류가 등장한다. 아마 제 사상에 차리는 과일의 종류와 차 리는 순서를 정한 최초의 문헌일 것이다. 조율시이란 제상의 제4 열 서쪽에서부터 대추, 밤, 감, 배 의 순서로 차린다는 것이다. 여 기에 계절과일과 과자를 보태면 여섯 가지라는 원칙도 정해 놓았 다. 한자를 한글로 풀고, 거기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까지 덧붙여 제물의 종류를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과일 중에는 대추를 으뜸으로 여겼는데, 국가 제사에도 대추를 먼저 차렸고, 조선시대에는 과 일나무 중에서 대추나무를 으뜸 으로 삼았다. 《삼국사기(三國史 記)》 〈가락국기〉에도 찐 대추를 가장 중요한 예물로 여겼다는 기 록이 있다. 집안에 대추나무와 감나무를 많이 심은 것도 제사에 사용할 과일을 얻으려는 뜻이었 다. 1926년 김동진(金東縉)이라 는 출판업자가 《언문상례(諺文喪 禮)》라는 책을 편찬하였다. 여기 에 과일을 올릴 때는 홍색은 동 쪽에, 백색은 서쪽에 올린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과일의 종류 와 순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 았다. 정기연 선생의 책으로 논란이 되던 과일 진설법의 근거를 찾 았지만, 시대가 일제강점기인 1919년이고, 저자의 개인 생각 일 수도 있다. 무역의 발달로 계 절과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각 종 과일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초까지도 과일의 종류와 숫자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제사에 어떤 과일을 올려도 된다 는 뜻이다. 옛날에 사용했다고 즐기지도 않는 과일을 차릴 필요 가 있을까? 음복(飮福)하기에 좋 은 과일을 제상에 올리는 것이 오히려 정성을 다하는 것이 아닐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