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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2024년 3월 순국 Inside  길 따라 얼 따라 자랑스런 우리 것들 다양한 제사법 제사를 지내는 법은 없다고 해 도 될 정도로 버전이 많다.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가가례(家家禮)’ 라는 말로 집안마다 다른 제사법 을 서로 비난하지 않고 존중해 왔다. 오죽했으면 “물 건너면 제 사법이 다르다.”, “남의 제사에 밤 놔라 배 놔라 하지 마라”라는 속담이 생겼을까. 사실 ‘가가례’ 는 제사법에 대한 무지를 감추려 는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는 300여 종의 예법에 관한 책이 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 가례가 범람하는 것은 이러한 예 서(禮書)의 제사법을 제대로 숙 지하지 않았기에 나타난 현상이 다. 가문의 전통이 어쩌고 변명 하지만, 관습과 얻어들은 이야기 에 의존하다 보니 원칙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고 형제간에도 예가 달라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 다. 이를 합리화한 것이 가가례 의 실체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대상은 과일을 차리는 숫자이다. 예서 (禮書)에는 육류, 생선 같은 하늘 에서 내린 음식은 양이기에 홀수 로 차리고, 땅에 뿌리를 둔 나무 에 달린 과일 등은 짝수로 차린 다는 구절이 있으나, 실용에는 어려움이 많다. 음양에 따르면 과일은 짝수로 차려야 하지만, 《가례(家禮)》에는 4종류, 《사례편 람(四禮便覽)》에는 4종류, 《가례 원류(家禮源流)》에는 6종류, 《격 몽요결(擊蒙要訣)》에는 5종류 등 에서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는 애초부터 과일의 숫자는 음양이 나 숫자에도 원칙이 없었다는 것 을 의미한다. 대추와 밤의 수를 세어서 홀수 로 맞추어 차릴 수 있을까? 배와 감 역시 최소의 숫자로 가장 보 기 좋게 차릴 수 있는 수는 4개라 는 경험이 있음에도 홀수를 주장 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과일 은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달라지기 에 예서에서도 과일의 숫자나 종 류를 정하지는 않았다. 단지 ‘과 (果)’라는 표기로 과일을 차린다 는 것만 정해 두었다. 《습례국도설》은 제례음식 이름과 제사 순서를 한문과 한글로 함께 표기한 설명서다. 진설도에는 제례음식 종류와 위치가 정확히  표시돼 있다. 제사상의 과일 진설 방식을 소개한 최초의 한글 기록이다(국립한글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