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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 순국위령비
이곳 피아골은 민족의 수난과 시련의 시기에 인고의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곳이다. 정유재란때 강토를 침로하던 왜군에 맞서 수많은 승군과 백성들이 피가 내가 될 정도로 처절한 전투를 벌이어 순국하였으니 피내골이라고도 불렸다. 또한 구한말에는 일본 제국의 한일합방에 맞서 수백명의 고광순 의병부대가 연곡사에서 不遠復(불원복:광복이 멀지 않았다)이라는 글자를 태극기에 써서 드날리며 최후까지 무장투쟁을 전개하다 장렬히 전사하였다. 6.25 전쟁 기간 중에는 이 지리산 일대에서 약 이만명 이상이나 되는 군인과 민간인들이 동족의 가슴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죽어가야 했던 슬픈 역사가 있었다. 같은 조국을 꿈꾸었으나 서로 다른 길을 가야했던 민족의 운명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분단의 상처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야속한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강산은 더욱 푸르기만하니 조국을 위해 흘렷던 그 많은 피들은 붉은 잎들이 되었는가. 피아골의 단풍은 해마다 더욱 붉기만 하다. 광복 74주년 8월 15일 백중날에 연곡사 스님들과 신도들은 뜻을 모아 세계 평화와 조국 통일을 간절히 발원하고 피아골 순국선열들의 명복을 빌며 이 비를 세운다. 영령들이시여. 편안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