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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사랑방 • 토종 연인의 날 경칩 113 다. 또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 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 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이를 받아 마시기도 했다. 전남 순 천의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하다. 보통의 나무들은 절기상 춘분(春 分)이 되어야만 물이 오르지만, 남 부지방 나무는 조금 일찍 경칩 때 물이 오르므로,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는 마음 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날 흙일을 하면 탈이 없고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 서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았 다. 또 경칩 때는 보리 싹의 자람 을 보아 그해 농사를 점치기도 한 다. 《성종실록》에 우수에는 삼밭 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 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했는데, 우수와 경칩은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때다. 경칩 무렵 햇볕이 따스한 양지 에는 어린 쑥이 올라오는 데 쑥을 캐기 위한 아낙들의 손놀림이 바 쁜 계절이다. 겨우내 언 땅이 풀리 기 시작하면서 대지 위로 파릇하 게 올라오는 어린쑥은 쑥밥, 쑥국, 쑥지짐, 쑥인절미, 쑥버무리, 쑥개 떡 등을 만들어 먹으면 봄철 입맛 을 돋우는 음식으로 그만이다. 예 전에는 어린 쑥이 쑥쑥 자라듯 아 이들도 봄 쑥 먹고 쑥쑥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쑥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한국인들에게 사 랑받는 먹거리였다. 또한 궁궐에 서는 쇠고기에 데친 쑥을 다져 넣 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애탕 국'을 수라상에 올리기도 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쑥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다 고 했 다. 오래된 온갖 병과 부인병에 효 과가 있으며, 태아를 안정시키고 복통과 설사를 멎게 하고 호흡기 질병을 물리친다고 했다. 특히 민 간에서는 ‘어머니풀’이라는 별명 을 가질 정도로 모든 부인병에 효 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러나 열이 많은 사람이 먹거나 술 과 함께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쑥 은 단백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 C·A가 풍부하다. 최근에는 쑥의 항산화효과, 카드뮴 독성 억제 효 과, 항암효과, 항균작용, 간 손상 억제 효과 등이 속속 연구 발표되 고 있다. 경칩과 관련하여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현덕이 쓴 소설 <경칩> 이 있다. 이는 《조선일보》 신춘문 예 당선작으로, 주제는 일제강점 겨울잠 자던 개구리 깨어나는 경칩, 봄맞이 채비를 할까? 경칩날, 은행을 나눠 먹고, 은행나무를 돌며 사랑을 확인했다. (이상 그림 이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