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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우리 것들 • 어려운 제사? 알면 쉬운 제사! 113 서 유교식에 따라 세련되게 만들 어 놓은 제사는 극히 검소하고 절제되어 있어 외형상 매우 형식 화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러나 과일의 수를 제한하고, 밥 과 국, 반찬의 수를 제한한 것은 절제하고 검소하게 차리라는 것 을 강조한 결과가 형식화처럼 보 였을 뿐이다. 특히 기름에 튀긴 유밀과(油蜜果)를 제사에 사용하 지 못하게 할 정도로 제사를 검 소하게 지내라는 조선시대 기록 은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제사가 현재까지 지속 되는 문화적 전통이라 하더라도 배운 경험이 없었기에 명절이 되 어 차례상을 차리려면 겁부터 나 는 게 현실이다. 현대의 교육 환 경, 직장 환경, 업무의 전문화가 제사 예절을 배울 기회를 박탈하 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 사라면 겁부터 나는 게 당연하 다. 제사는 지내는 절차보다는 제사상을 어떻게 차리고, 제사 음식은 어떻게 준비하는가가 더 고민이다. 오죽했으면 ‘명절증후 군(holiday stress)’이라는 말이 생겼고, ‘명절 노동’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기제사(忌祭祀)와 명절차례(名 節茶禮) 제사를 지내는 절차는 기제사 와 명절차례로 구분할 수 있다. 명절차례는 명절을 맞이하여 조 상에게 인사를 드리는 제사이므 로 간략하게 지내는 것이 특징이 다. 그러나 여러 대의 기제를 모 아서 1년에 한 번만 지내는 합사 (合祀), 추석 차례 때 묘제를 함께 지내는 일이 많아 명절차례도 기 제사처럼 지내기도 한다. 기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인 기일(忌日)에 지내는 제사이 다. 그러므로 슬픈 날, 추모하는 날이라는 의미가 겹쳐 있다. 기 제사를 지내는 절차는 18개 절 차로 꽤 복잡해 보이지만 의미 를 알면 아주 단순하다. 우선, 제 사 지내는 절차보다는 제사 준비 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일 것 명절증후군 그래픽(사람인 제공) 안동 의성 김씨 묘제 상차림(김시덕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