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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⑤ 101 22일 맑음. 이석영(李石榮) 집에 가서 우황 2푼을 사왔다. 그 길에 벗들에게 이끌려 야소교당(교회)에 가니, 단발 머리가 자리에 가득하여 한국 사람과 청국 사람이 구 분이 없다. 게다가 말이 통하지 않고 물색도 서로 달 라, 처신의 곤란으로 후회가 문을 나설 때까지도 헤 아릴 수 없었다. 23일 비. 이서방이 추가가로부터 왔다. 그 백부가 영춘원(永 春院)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한 달 넘게 고적(孤寂=외롭고 쓸쓸함)하던 끝에 마침내 이 제 형제 사이의 지극히 즐거운 정의(情誼)와 붕우 사 이의 유익한 강마(講磨)가 있을 터이니 그 기쁨을 헤 아릴 만하다. 다만 거처가 누추하고 음식이 볼만한 것이 없으니 한스럽다. 24일 떠나는 사람과 찾아오는 사람이 저녁 내 내 그치지 않는다. 이서방이 비를 맞으며 저녁 무렵 에 돌아왔다. 듣자하니 석주(石州=이상룡)는 그대로 영춘원에 머물다가 이미 어떤 집에 세들었다 한다. 목마르게 기다리던 끝이라 서운함을 이길 수 없다. 25일 약간 맑다가 종일토록 흐리고 흙비가 내 려 심히 울적하다. 오늘이 개학이라 하여 이서방과 어 린 손자가 함께 추가가의 신흥학교에서 수학하였다. 27일 맑음. 농사짓는 논머리의 봇둑이 세 번 쌓아 세 번 터졌 다. 실아(實兒)가 다시 그 일을 하러 갔다. 이 때문에 거친 밭에 호미질을 할 여가가 없으니 두 가지 모두 손실이라 하겠다. 28일 바람이 불다. 칠손(七孫)이 “복통 증세가 있어 음식이 달지 않다” 고 한다. 수토(水土)에 익숙하지 못한 까닭인 줄 알고 찬물을 마시지 않도록 조심시켰다. 그러나 흘려듣고 믿고 따르지 않더니 안타깝다. 인소환(引蘇丸) 한 제 를 시험해 써보나, 필시 오랜 후에 병의 근원이 될 것 이니 염려스럽다. 각각 한 제씩을 아울러 이서방(=이 문형)과 실아에게 주었다. 29일 비. 북산(北山) 식구들이 이미 출발하였음을 알았다. 그러나 날씨가 이와 같으니 반드시 다 비에 젖는 것 을 무릅썼을 것이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무엇 때문에 도착이 늦는지 염려스럽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 정치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대 학원 정치학과에서 율곡 연구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 소 선임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이사를 맡고 있다. 시대 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풀어낼 지혜를 지나간 역사에서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 다. 면암 최익현 선생의 5대손이다. 필자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