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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 본동에는 마을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4․3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팽나무가 있다. 선흘리가 초토화되면서 같이 탔지만 지금껏 살아있는 나무이다. 1948년 11월 21일 마을이 초토화되면서 선흘리의 가옥은 단 몇 채만 놔두고 모두 전소됐다. 온 마을이 불타면서 마을 안거리에 위치해 있던 이 팽나무에 불이 옮겨붙어 오래된 지주목이 불탔다. 우렁차던 가지들이 전부 타들어갔으나 다행히 밑동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속이 휑하니 빈 채 죽어들어 가던 나무 한 켠으로 어디선가 홀연히 날아온 씨앗 하나가 둥지를 틀어 싹을 틔웠다. 이렇게 몇 십 년을 동거 동락하는 나무는 마치 한 몸인 양 어우러져 있다.
출처: 제주4.3연구소, 「4.3역사의길 조성 기본계획수립 결과보고서」